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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조용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이름은 아카마쓰성. 나는 성주의 딸 “시노”라고 했습니다. 내가 6살때 아버지는 이웃에 있었던 가미야마성과 동맹을 맺었습니다. 만일 어디에선가 적이 공격해 왔을 때는 서로 협력해서 싸운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 약속의 증거로서 가미야마 성주의 장남 센주마루님이 오셔서 우리성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센주마루님은 나보다 3살위인 9살. 인질이라는 미분이었습니다만, 내 부모도 가신도 센주마루님을 소중히 하고 귀여워하여 우리들은 형제처럼 사이좋게 자랐습니다. 나와 센주마루님은 내가 13살때 결혼 약속을 했습니다. 부모들이 정한 일입니다만, 나는 그분을 대단히 좋아했으므로 매우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성주 딸로서 태어난 사람은 성을 위해 나라를 위해서라면 어떤 싫은 곳이라도 출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이었으므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노”라고 한 아가씨는 문득 크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등나무꽃의 기모노와 띠의 옷감은 결혼을 정한 나를 위해 양친이 일부러 교토에 주문한 것입니다. 『가미야마성에서 그 기모노를 입은 당신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싶군요. 즐겁게 기다리고 있을테니 부디 건강히 지내 주십시오.』 센주마루님은 그렇게 말하고 가미야마성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그러나 그리고나서 얼마안되어 부근의 성을 둘러싼 정세가 크게 변해 갔습니다. 『가미야마성이 배반할지도 모른다…』 어디에서인지 그런 소문이 퍼졌습니다만, 나는 센주마루님이 우리들을 배반한다고는 아무리해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밤, 나는 아버지와 오빠들이 소근소근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금 토벌하지 않으면 반드시 언젠가 토벌당하게 된다…』 『부친의 병이 중병인 모양이니까 마사쓰네만 죽이면 가미야마성은 우리것이다…』 나는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습니다. 마사쓰네란 어른이 된 센주마루님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아버지와 오빠들은 마사쓰네님이 병에 걸린 아버님을 위해 관세음보살님을 참배하는 도중을 습격해서 생명을 빼앗을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날짜는 내일밤… 망설이거나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시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조용히 뺨을 적셨습니다. 「… 나는 급히 편지를 썻습니다. “어느때나 당신을 믿고,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님 참배 도중에는 부디 신변을 조심해 주십시오” 짧은 문장에 최대한으로 마음을 들인 편지는 신용할 수 있는 하인에게 들려 반드시 마사쓰네님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버지들과 성사람들을 배반하게 된다… 그것은 나도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설마 그렇게 빨리 무서운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토벌하지 않으면 반드시 언젠가 토벌당하게 된다…』 아버지와 오빠들이 말했던 것은 정말이었습니다. 내가 편지를 내고나서 2일째 밤, 아가마쓰성은 갑자기 밤에 습격 당했습니다. 공격해 온 것은 가미야마성의 군사 이외에 근린의 군사도 가담해 있었습니다만, 야중 갑작스런 일로 우리들은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는 새에 성은 불에 쌓이고, 성내 여자들은 북쪽으로 북쪽으로 도망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성 북측은 사람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없는 급한 절벽으로 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적이 공격해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도망갈 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나는 북쪽으로 도망가면서 이것이 마사쓰네님의 반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토벌하지 않으면 반드시 언젠가 토벌당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버지와 오빠들만이 아니라 마사쓰네님도 같았던 모양입니다. 아버지와 오빠들이 토벌당하고, 성이 불타고, 나는 그 분을 원망했습니다만, 마음속으로부터 원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그런 편지를 써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입고 피를 흘리고 죽어갔다… 무섭고 슬퍼서 가슴이 쥐어뜯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카마쓰 성주의 딸 시노의 이야기는 몇백년이라는 아주 먼 옛날의 일입니다만, 할머니에게는 시노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어서, 진심으로 동정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우리들 성내의 여자가 성 북쪽 끝으로 몰아 놓여있을 때, 뒤에서부터 수명의 남자들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노님! 시노님은 어디계셔요!』 남자들은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편의 군사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았습니다. 『시노님! 모시러 왔습니다! 반드시, 무사히 구조하라는 유군 마사쓰네님의 명령입니다!』 내 가슴은 격렬하게 울렁거렸습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살게 되는 날을 꿈꾸도 있던 마사쓰네님의 사자의 목소리에 나는 금방이라도 뛰어나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하면 그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 분… 마사쓰네님은 아버지와 오빠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은, 아가마쓰성을 함락시킨 장본인, 원망해야할 적이라고 하는 것을… 나의 눈앞에 북쪽의 막다른 길, 날카로운 절벽이 보였습니다. 들여다 보고 서버리면 뛰어들어갈 용기가 없어집니다. 나는 잔달음질쳐서 그대로 절벽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때 나를 부르는 마사쓰네님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만 이미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새까만 암흑속, 허공에 떠있는 것같은 느낌으로 나는 정신이 들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채로 머리속에는 들었을지도 모르는 마사쓰네님의, 나를 부르는 목소리만이 허무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
갑자기 조용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리고 눈앞이 희미하게 밝아졌습니다. 『마사쓰네를 사모하면서도 죽지않으면 안되었던 네 마음을 나는 가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금방은 내힘으로 너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것을 잊고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거라. 그러나 아무리해도 네 마음이 마사쓰네를 잊어버릴 수 없다면, 길고 긴 세월중, 너희들이 함께 될 수 있도록 조처할 수는 있습니다. 음… 5백년이란 세월을 계속 기다릴 수 있다면 싸움이 없는 세계에서 두사람은 만날 것입니다. 지금 새로운 세계에 가던가 마사쓰네를 기다리던가 아주 잘 생각해서 정하십시오』 나는『마사쓰네님을 기다리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원했습니다. 『5백년이나 기다리는 것입니다』라고 관세음보살님은 말씀하셨습니다만, 나는『기다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왜그런지 확실하게 마음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나는 눈물을 많이 흘리면서도 점점 마음이 맑게 개어지고, 따뜻하게 안정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시노의 뺨은 조금전에 흘린 눈물에 젖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만, 시노는 이미 울지않고 있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긴 세월 계속되는 나를 위해서 나를 꿀벌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에? 꿀벌로?」 할머니는 놀랬습니다. 「네, 꿀벌중에서도 제일 일을 계속해서 하는 일벌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물론 벌의 생명은 짧습니다만, 나는 관세음보살님의 힘으로 몇번이나 몇번이나 생명을 받았습니다.」 시노는 말했다. 왜 꿀벌인지, 아직 이상한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내가 관세음보살님에게 부탁한 것입니다『그 분을 기다리는 동안 아카마쓰성 함락으로 희생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사죄할 수 없을까요. 직접 마음을 전할 수 없더라도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시켜주십시오』라고. 관세음보살님은 여러가지로 생간한 후 나를 꿀벌로 만들었습니다.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해라. 아름답게 핀 꽃들을 찾아가 그 꿀을 얻어서 동료를 육성해라. 그때 네가 운반하는 꿀 한방울 한방울은 네 가슴속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의 영혼도 위로하고 충족시킬 것입니다. 네가 하는 일로 누군가가 기뻐하면 네가 사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여라』… 관세음보살님의 말씀을 따라 나는 매일같이 꿀벌로서 계속해서 일해 왔습니다. 전국시대의 무장으로서 전장을 뛰어다니는 마사쓰네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발밑에 피어있는 작은 찔레나무 꽃에서 꿀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분과 말을 할 수 없었으므로, 튀어 나온 피에 물든 그 모습을 애처롭게 지켜볼 뿐이었습니다만… 그 후, 마사쓰네님은 적이 쏜 활이 목에 맞아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전국시대의 세상을 서로 죽이면서 살지않으면 안되었다는 마사쓰네님이 죽은후 어떠한 벌을 받아야 하는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꿀벌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묵묵히 일해 누군가가 기뻐해 주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사육하게 된 꿀벌인 나는 직접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인간을 기쁘게 해 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한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면 마사쓰네님의 마음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겠지…) 그렇게 믿고 나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꽃들의 꿀을 얻고 그 냄새를 맡고 산과 들을 지나는 여러가지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나는 5백년의 세월을 보내온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날, 드디어 관세음보살님께서 5백년만의 잿날에 해당하는 날의 아침 일찍, 관세음당 앞에서 마사쓰네님과 만나게 해 준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때 이 기모노 옷감과 띠의 옷감도 주셨습니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추억깊은 옷감으로 만든 기모노를 입고 만나러 갈 수 있도록… 하는 관세음보살님의 배려이었습니다. 그러나 꿀벌인 나는 기모노를 만들 수 없습니다. 도회까지 가서 바느질집에 부탁할 수도 없습니다. 제일먼저 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곤란해 있었더니 관세음보살님이 『저 집에 살고있는 할머니한테 부탁해 보아라. 열심히 부탁하면 반드시 받아줄 것이다. 기모노가 다 만들어지면 진실을 말하고 진심으로 답례를 하면 돈이 없어도 저분은 용서해 주실 것이다. 그리고 저분은 모르지만 아주 옛날 저분 선조도 아카마쓰성의 연고자입니다.』라고 가르켜 주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잘 알았습니다」 할머니는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노를 만났을 때 모르는 아가씨인데 왜그런지 그리운듯한 기분이 되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바느질 대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멋있는 등나무꽃 옷감으로 당신에게 훌륭한 기모노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원하는대로 되었습니다. 부디 안심하고 다녀가 주십시오. 매우 아름다운 신부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인도로 이번에야말로 행복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할머니 말에 시노는 몇번이나 머리를 숙이고 「이제 곧 새벽이 되어오는 것 같습니다. 호의를 받아들이고 가보겠습니다. 현관 한구석에 항아리를 한개 놓아두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답례입니다. 부디 들어 주십시오.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시노는 일어서더니 그대로… 연기처럼 조용하게 없어져 버렸습니다. (꿈을 꾸고있었나…) 할머니는 엉겹결에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시노의 모습도 옷걸이에 걸려있던 기모노도 없어지고 여느때와 같이 조용한 방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일어나서 현관으로 가 보았습니다. 현관에는 새벽녘의 하얀 희미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한구석 마루위에 보지 못하던 갈색 항아리가 한개 놓여있었습니다. 「아!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할머니는 항아리를 안고 그리고 항아리를 열어보았습니다. 달콤하고 상냥한 냄새가 나고 엷은 갈색의 액체가 천천히 흘르고 있었습니다. 꿀벌이었던 시노로부터의 선물입니다. (시노, 고마워. 소중히 먹겠습니다.) 할머니는 항아리를 안은채로 현관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파르스름한 아침 빛속에서 관세음보살님의 절의 종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습니다. 등나무꽃의 기모노를 입은 시노는 지금쯤 관세음보살님의 돌계단을 올라가고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