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나」
우수 동화상  
기노시타 아키코(木下 明子)


 이미 벌써 봄이 되어도 좋을 계절이 되었다.
 4월도 끝나가려고 하는데 금년은 여느때와 다르다.
 마을에서 벌꿀을 채집하는 일을 하고 있는 미타케 할아버지는 아직 꽃이 피지않는 자운영밭에서 잠들고 있는 것처럼 꿈틀도 하지 않는 아카시아 나무를 둘러보았다. 아카시아잎으로 가려진 하늘도 마음 탓인지 잔뜩 흐려 컴컴할 정도다.

 작년 가을 기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난 후, 미타케 할아버지 몸에는 힘이 없어지고 왜그런지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주위의 경치가 겨울에서 봄으로 변하는 것조차 마음에 두지않고 있었다.
 정말이지 겨울에 눈이 내렸는지 어땧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여느때 같으면 아직 눈이 남아있을 때부터 자운영밭 손질이나 꿀벌집의 관리 등으로 할 것이 많아서 바쁘게 일하고 있으려니, 올해는 이런때가 되도록 주위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꿀벌이 없어졌다. 아침이 되면 시끄러워서 잠을 자지 못할 정도이었던 꿀벌의 날개소리가 전연 없다. 할아버지의 마음속과 똑같이 주위에는 소리가 없다.
 「자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할아버지가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오랫만이었다.

 우선 꿀벌의 벌통에 가 보았다. 꿀벌들은 날개소리 하나 나지않게 조용히 자고있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여느때처럼 꿀벌들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 보았다.
 「왜그러니, 벌써 봄인데. 너희들은 아직 자고있는거야?」
 꿀벌은 할아버지에게 대답하는 것처럼 날개를 한번, 두번 붕, 붕 울렸다.
 「꽃이 피지 않아. 아카시아도 자운영도. 맛있는 꿀은 어디에도 없어.」
 꿀벌의 날개소리는 할아버지가 들으면 꿀벌의 소리가 된다.
 「너희들은 꽃이 피지않으면 일이 안되니까.」

 할아버지는 아카시아의 나무와 자운영밭을 다시 한번 주의깊게 살펴 보았다.
봉우리는 겨울 추위를 견디려고 하는 것처럼 두꺼운 껍질이 덮힌채로 잠자고 있었다.

 아카시아 나무밑에서 위를 쳐다 보아도 봄이 된 기쁨으로 하연드레스를 입고 춤추고 있을 꽃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할아버지는 아카시아 줄기에 자신의 거칠고 울툭불툭한 손을 살짝 대었다. 할아버지 손은 아카시아 줄기와 구별되지 않았다.

 「금년 겨울은 꽤 기네. 꽃 흔들림도 오지 않는데.」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아카시아나무에서 손을 띠었다.
 꿀벌과는 지금까지 몇번이나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할아버지가 제멋대로 생각하여 꿀벌이 일하기 쉽도록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정말은 꿀벌의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러나 지금 것은 아카시아의 소리이었다.

 이번에는 몸을 앞으로 구부려 녹색 융단처럼 펼쳐지고 있는 자운영밭에 귀를 대어 보았다. 푸른 냄새가 주위 일면에 떠돌고 있지만 봄의 달콤한 냄새는 조금도 나지 않는다.
 「봄은 아직 오지 않아. 꽃 흔들림이 오지 않으니까.」
 할아버지는 입을 딱 벌린채 한참동안 그것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그 이름을 입속에서 되풀이해서 말해본다.
 「꽃 흔들림.」
 발밑의 녹색 융단이 바람을 받은 것처럼 와삭와삭 움직이고 하늘을 가리고 있던 나무잎 커튼이 나붓거린다.

 「꽃 흔들림은 봄의 사자」
 「첫 봄바람을 타고 찾아 온다」

 아카시아와 자운영는 일제히 잡담을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꽃들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양쪽 팔을 크게 펼쳤다.

 「꽃 흔들림」은 작은 요정.
 초봄에 부는 바람을 타고 여행을 하면서 봄이 온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 일.
 잠꾸러기 우리들을 흔들어서 깨우므로「꽃 흔들림」이라고 부르고 있다.
 신참 꽃 흔들림은 들에 피는 작은 제비꽃을 깨운다.
 2년생 꽃 흔들림은 클로버의 하얀 꽃을 열심히 흔들어 깨운다.
 보라색 제비꽃은 달콤한 꿀을, 클로버는 잎 한장을 꽃 흔들림에게 준다.
 전세계에 피는 꽃을 차례로 깨워가는 여행중 그 꿀과 잎은 음식이 되고, 하늘을 높이 날기 위한 망토가 된다.
 진짜 클로버의 잎은 전부 4장.
 인간이 행운의 부적으로 찾는「4장짜리 클로버」는 꽃 흔들림이 떼는 것을 잊어버린 잎.
 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봄에 깨워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꽃 흔들림에게 전할 수 없는 대신에 그것을 갖는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꽃 흔들림의 동경은 벚꽃을 깨우는것.
 벚꽃은 봄의 공주.
 그녀를 깨울 수 있는 것은 특별한 꽃 흔들림.
 그러나 금년은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다.
 올 겨울은 매우 길다.
 마을 변두리 풍월산 산꼭대기에 꽃 흔들림의 여관이 있다.
 이 마을에 오는 꽃 흔들림은 거기에서 첫 봄바람이 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할아버지는 꽃들의 잡담을 조용하게 듣고 있었다.
 「꽃 흔들림」이 첫 봄바람을 타고 꽃들을 돌아다니며 깨우고 있다고 하는 것을 할아버지 나이가 되면, 간단하게는 믿을 수 없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작은 요정이 클로버잎으로 만든 망토를 입고 제비꼴 꿀을 먹으면서 날라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눈을 떠보니 아카시아나무나 자운영밭은 밤과 같이 조용했다. 꽃들은 정말로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이 계속 자고 있으면 꿀벌도 계속 자고 있고, 금년은 벌꿀을 채집할 수 없게 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도 계속 자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제일 소중히 하고 있었던 꿀벌이나 꽃들을 완전히 잊고 동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꽃 흔들림은 풍월산에 있다.
 할아버지는 풍월산에 올라가기로 했다.
 마음속에는 봄바람이 불어와 할아버지 몸은 약간 가쁜해 졌다.

 풍월산은 마을 변두리에 있어서 높이는 그다지 높지않다. 휴일에는 초등학생이 한손에 망을 들고 곤충채집하러 가거나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소풍 기분으로 도시락을 먹거나 한다.
 할아버지도 작을 때부터 놀고 있었던 곳으로 익숙한 곳이다.
 산길은 보통길보다 조금 경사가 많지만, 숨이 찰 정도는 아니다. 샘물이 나오는 곳도 있고, 손으로 물을 떠내었더니 아직 선뜻하게 차가왔다.

 산꼭대기에는 작은 사당이 지어져 있다.
 할아버지의 어머니는 사당을 「꽃신님」이라고 불렀다.
 할아버지는 이 사당이 꽃 흔들림의 여관이라고 생각했다. 퍼온 샘물과 집에서 갖고온 벌꿀을 올리고 손을 모았다.
 「봄이 되었지만 꽃이 피지않는다. 우리집 꿀벌도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꽃 흔들림은 왜 자운영이나 아카시아를 깨우지 않는가?」
 꽃의 소리를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는 눈을 감고 마음을 열었다.

 바람 일으키기가 심술부렸다. 첫 봄바람이 불지않으면 꽃을 깨우러 갈 수 없다.」

 또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
 「바람 일으키기는 첫 봄바람을 불게하는 요정인가?」

 그렇다.
 바람 일으키기는 바람을 불게하는 요정으로 봄이 되어 처음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우리들은 세계의 꽃을 돌아다니며 깨운다.
 금년은 내가 자운영을 깨운다.
 그러나 이 마을에 와서 바람 일으키기 기분이 나빠졌다.
 우리들은 마을에 갈 수 없다.
 바람 일으키기는 삼목나무 위에서 심통이나서 자고 있다.
 빨리 하지않으면 여름이 온다.



  다음 페이지로
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