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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일까?」 공주님의 질문에 꿀벌이 대답했습니다. 「날씨가 좋기 때문이야.」 「놀러간 거로구나.」 「아니야, 아니야. 밭일하러 간거라구, 보리밭이 있으니까. 보리를 가꾸어서 밀가루로 빻아 성에 가져가야 하니까.」 「펜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풀밭의 소들도 돌봐야 하구. 성에 우유랑 버터도 가져가야 하니까.」 「펜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야.」 동료는 아무도 없었으나 모두들 나를 위해서 일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공주님은 우쭐해져서, 「꿀벌도 나를 위해서 열심히 꿀을 가져와야 해.」 이런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가 꿀을 따러가지 않으면 안된다니 참으로 속상했습니다. 꿀벌이 기가 막힌 듯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마을길에서 처음으로 만난 것은 제비였습니다. 공주님 머리 위에서 길을 막았던 것입니다. 「잠깐 기다려.」 높은 곳으로부터 명령을 받아 공주님은 뾰루퉁해졌습니다. 모르는 채 하고 지나치려 했으나 제비가 날개를 펴고 방해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멈추려다가 속치마가 어딘가에 걸렸는지, 쭈욱 소리가 나며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공주님은 한층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무슨 볼일이야? 우리들 바쁘단 말이야.」 「그 꿀벌은 네 것이니?」 「내 것은 아닌데.」 「그럼 잡아 먹어도 되는거지.」 「잡아 먹는, 다구?」 「나는 배고파 죽겠어. 이제부터 한번 더 둥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마을 개구장이들이 내 둥우리를 처마 밑에서 떨어뜨려 버렸단다.」 「그것 참 안됐군요.」 라고 공주님은 별 관심이 없는 듯 말했습니다. 사실 제비 사정 정도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속치마가 찢어진 자기가 더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허기를 좀 채우게 해 줘.」 제비의 말을 듣고 있던 꿀벌이 날개소리를 죽이며 공주님의 어깨너머로 숨었습니다. 공주님이 목을 움추리며, 「미안하지만 이 꿀벌을 건내줄 수는 없어, 중요한 길 안내자이거든. 그 대신 성의 주위라면 어디든지 둥우리를 만들어도 좋아, 개구장이들은 아무도 없거든.」 제비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참으로 고맙군, 성이면 안전하니까. 옛날처럼 꽃이 피고 벌레들이 모여들기만 하면 먹이도 걱정 없고 더 이상 바랄께 없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성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제비 때문에 엉망이 돼버렸잖아.」 공주님은 찢어진 속치마를 벗었습니다. 속치마가 있으니까 드레스가 펼쳐쳐 화려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보니 속치마가 없는 쪽이 페달을 밟기에 편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주님은 제비에 화가 났던 일도 까맣게 잊어 버렸습니다. 한참을 지나자 이번에는 개구리가 길을 막았습니다. 좁은 길의 한가운데에 개구리가 떡 버티고 서있어서 공주님도 부리나케 자전거를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공주님은 길바닥의 진흙에 빠져 구두가 더러워졌습니다. 「잠깐만요, 아가씨. 아가씨의 머리 위에 붕붕 날고 있는 벌을 내가 먹게 해주실래요?」 개구리가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구두를 내려다보며, 관심이 없는 듯 말했습니다. 사실 개구리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당신도 배가 고프신가요?」 「아, 예. 알을 낳기 전에는 영양섭취를 해야 하거든요. 꽤 힘든 일이거든요.」 개구리는 얼마나 배가 고픈지를 보여주려는듯이 쫙 입을 벌렸습니다. 꿀벌은 또 공주님의 어깨 너머로 숨었습니다. 공주님은 고개를 움츠리며, 「미안하지만 이 꿀벌을 잡아먹도록 할 수는 없어, 중요한 길 안내자이거든. 그 대신 연못을 알려줄께. 성의 뒷뜰에 있어요. 거기에다 알을 낳아도 좋아요. 돌길을 쭉 걸어가면 연못이 나오니까 곧 알 수 있을거예요.」 「그런가요, 고맙군요. 돌길을 걷자면 몸이 말라버리니까 힘들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 개구리는 엉금엉금 지나쳐 버렸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구두였는데.」 공주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구두의 진흙이 묻지 않도록 드레스 단을 올려 묶어버렸습니다. 그 편이 페달 밟기에 편하다는 사실은 자전거를 타고서 바로 알게 되었으므로 공주님은 개구리에게 화가 났던 것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숲의 나무잎들은 언제나 울창합니다. 딱 하나뿐인 길도 저녁때처럼 어둑하여 오고가는 것들도 하나 없습니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달릴 수 있다니 난 참 즐거워.」 공주님은 고개를 들어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무섭니?」 꿀벌이 귓전에서 물었습니다. 공주님은 머리를 저으며, 「무서울 리가 있겠어!」 「그럼 그렇지, 혼자가 아니잖아.」 공주님은 자전거를 멈추고 꿀벌을 보았습니다. 사실, 꿀벌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혼자서 이 숲을 지나기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하지만 넌 외톨이가 좋다고 말했었잖아.」 공주님이 중얼거리자 꿀벌은 핸들에 내려 앉았습니다. 「너도 외톨이가 좋댔잖아.」 서로 그런 말을 나누고서는 둘 다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삐걱거리는 자전거소리와 붕붕 날개소리가 멈추고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되자 숲속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바람도 숲속에 들어오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나뭇가지 부딪히는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잎파리들도 모두 모르는채 합니다. 이렇게 나무가 많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잎파리가 무성해도 공주님은 외톨이. 꿀벌도 외톨이였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해서 오히려 시끄러운 듯한 기분입니다. 귓속 깊은 곳에서 두근두근 「무서움」이 부풀어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너랑 손을 잡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핸들 위의 꿀벌에게 공주님이 말했습니다. 꿀벌은 이상하다는 듯이,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공주님은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 바보 같구나! 자 어서 서둘러야지.」 엄하게 명령하고서 공주님은 페달을 밟았습니다. 은의 핸들에서 미끄러진 꿀벌은 성급히 날아 올랐습니다. 이렇게 숲의 중간까지 왔을 때였습니다. 눈앞에 느닷없이 검은 벽이 나타났습니다. 공주님은 황급히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꿀벌도 재빨리 몸을 추스려 공주님의 머리카락에 달라 붙었습니다. 「어흥.」 벽이 말했습니다. 아니, 벽으로 보였던 것은 커다란 곰이었습니다. 「잠깐 기다려, 이 벌을 잡아먹게 하진 않겠어. 없으면 내가 곤란하거든.」 곰은 덩치큰 몸뚱이를 흔들며 웃었습니다. 「벌은 먹지도 않아, 너무 작거든. 난 심하게 배가 고프단 말이야. 난 널 먹고 싶어.」 「어머! 뭐라구?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니?」 공주님은 자전거에서 내려 가슴을 폈습니다. 「네가 누구든지 상관없어. 통통하게 살이 쪄서 맛있겠는걸.」 「무, 무례한 녀석!」 통통하게 살이 찌다니…감히! 공주님에게 그런 말을 확실히 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성에는 없습니다. 공주님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지만 곰은 듣고 있지 않았습니다. 양팔을 올리고 입을 벌려 다가왔습니다. 진짜로 벽이 넘어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공주님은 무서워져서 막대기처럼 굳어졌습니다. 도망쳐야지…하고 생각은 하면서 얼마나 자신에게 명령을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 때 머리카락에서 작은 빛이 반짝였습니다. 금색 옷을 입은 꿀벌이 곰의 얼굴을 향하여 돌진한 것입니다. 「저리 가! 가버리지 않으면 큰 코를 당하게 될꺼야.」 꿀벌이 소리쳤습니다. 곰은 그저 웃기만 합니다. 「너같은 꼬맹이가 뭘 할 수 있다는 거니. 방해하지 마. 시끄럽다니까.」 곰이 커다란 손을 휙 흔들어 올렸습니다. 꿀벌이 저멀리 내동댕이쳐질거라고…공주님이 눈을 부릅떳을 때였습니다. 「아야아야, 뭐야? 아야 아파라.」 곰이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흔들어올린 손을 잡으면서 숲속 깊은 쪽으로 사라졌습니다. 「무례한 곰은 당연히 큰 코를 당해야지!」 공주님은 곰의 등에 대고 말했습니다. 그 때 어깨 위에 무언가가 떨어졌습니다. 집어 보고서 공주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꿀벌이잖아!」 「응」 꿀벌은 날개를 움직일 수도 없는 모양입니다. 공주님의 손바닥에 놓여진 채로 힘없이 끄덕일 뿐입니다. 「곰에게 당했구나.」 「아니야. 곰에게는 손가락 하나 못대게 했지. 재빨랐지? 손에 침을 쏘았거든.」 「어머, 굉장해」 「그래, 굉장하지. 하지만 엉덩이의 침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누군가를 쏘면 이젠 끝장이야.」 「안 돼, 꿀벌아! 눈을 떠! 난 어떡하라고」 「참 그렇지, 중요한 길 안내인인데.」 공주님은 입을 뾰죽거렸습니다. 「그건 실례라구, 길 안내인이 없어도 꿀벌의 벌집 정도 찾을 수 있다구. 좋아, 금방 찾아낼께. 꿀벌의 벌집을. 네 엄마라면 널 낮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어머님께서 약을 마시게 해주셨던 것처럼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