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춤추는 꿀벌들
부르러온 꿀벌들은 성을 향하여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나도 뒤를 따랐다.
눈 깜빡할 사이에 성을 에워싼 드넓은 초원에 내렸다.
풀잎 위에서 꿀벌이 말했다.
「내 이름은 Q.」
「Q…?」
「너도 Q.」
「아.」
「그러니까, 일벌은 모두 여자애라니까. 」
「알고 있어. 하지만 모두 똑같은 이름이라니.」
그렇게 말해도 상대방 Q는 시치미를 떼고 있다.
「난, 좀 더 꿀을 모아와야 해. 그동안 여기서 쉬고 있어. 성에 들어갈때 딴 무리의 냄새가 나면 큰일이니까.」
위이이잉.
Q는 날아 올라 어딘가로 가버렸다.
???내 이름은 Q, 네 이름도 Q?
그건 이름이라고 할 수 없어.
내가 앉아있는 풀잎의 주위로부터는 윙 윙, 끊임없이 날갯소리가 들려온다. 성의 입구로부터 날아오르는 벌, 공중으로부터 풀 위로 날아내리는 벌. 참으로 꿀벌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가만히 날개를 쉬고있는 나는 웬지 부끄러운 일이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잎파리 뒤에 숨으려고 닐개를 펴려다가 아 참 하고 생각이 났다. 풀색은 초록색일텐데 누르스럼하게 보인다. 파랗게도 보인다. 뭐랄까,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색깔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 지붕을 넘어설 때부터 주위의 경치가 좀 이상했었다. 유채꽃은 노랑색이었지만 연꽃 논밭은 파랑색. ???아, 그랬었구나!
성의 꼭대기의 연꽃 장식이 파랗게 보였던 것은, 그건 바로 내가 꿀벌로 변신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꿀벌은 모든 것이 파랑색과 노랑색으로 보여버리므로 다른 색깔은 잘 구별이 않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겨우 나를 부르러왔던 꿀벌이 돌아왔다.
「어서, 날 따라와.」
나는 상대방 꿀벌의 뒤를 따라 성의 입구까지 한 숨에 날아왔다.
성 입구 앞에 있는 현관에는 두마리의 문지기가 서 있었다.
「Q가 돌아왔습니다.」
꿀벌은 큰 소리로 말하고 더듬이로 뒤에 있던 나의 더듬이를 두드렸다.
나는 이미 꿀벌의 육감으로 금방 알아 차렸다.
「Q가 돌아왔습니다.」
같은 말투로 말했습니다.
그 다음에 온 건「Y가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엔「U」, 다음엔 또「Y」, 그 다음엔「Q」, 그 다음도「Q」
내 상대인 Q는 뒤로 점점 들어오는 꿀벌에 밀리는 채로 입구로부터 안으로 통하는 복도를 걸어 갔다.
♪팡 팡 팡
통 통 통
우 탕 탕♪
어디서부터인지 신기한 음악이 들려 왔다. 복도를 지나가는 꿀벌들은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듯 걷기 시작했다.
나도 좀 춤을 췄더니 몸이 나른했다. 손이랑 발이 쫑긋쫑긋 움직인다. 동그란 엉덩이도 뿅뿅 튀어오른다.
???재밌는걸!
나도 모르게 씨익 웃고 말았다. 이미 꿀벌이 된 나의 얼굴이니 정말로 웃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덧 우리들은 육각형의 큰 방에 들어 갔다.
천정의 불빛은 반짝반짝 별처럼 빛났다. 방의 한 가운데에는 육각형의 굵직한 유리기둥.
그 기둥의 주위에는 많은 꿀벌들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있었다.
♪팡 팡 팡
통 통 통
우 탕 탕♪
들려오는 꿀벌의 음악에 맞추어 동그란 원을 그리며 춤추는 것들, 8자 모양을 그리며 춤추는 것들. 저쪽을 바라보고, 이쪽을 바라보고,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모두들 제각기 춤추고 있었다.
꿀벌이 되었으니 나도 춤을 춰야지, 하고 앞으로 나서려는데,
「아직은 춤을 추면 안돼! 여기서 보고있어.」
Q가 말하며 슬쩍 춤의 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자, 잠깐만 기다려.」
나는 당황했다. 여기서 Q를 놓쳐버리면 큰일이다.
나도 모르게 춤추는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Q를 찾으려 했으나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돌아오려고 했으나 춤의 회용돌이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었다.
곤경에 빠진 나는 어쩔 수 없이 주위의 꿀벌의 흉내를 내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더듬이가 다른 더듬이에 부딪혀 방향을 잃고 튀던져지며 나는 계속 춤을 추어댔다.
노근노근 녹초가 되었을 쯤에 겨우 음악이 멈추고 모두는 춤추기를 멈추었다.
「후유-」
나는 커다랗게 한 숨을 쉬었다.
그 때 방의 불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춤쟁이 꿀벌들은 큰 방의 구석으로 모두 싹 물러나고 말았다.
방 한가운데의 유리기둥과 나만이 남았다.
나는 육각형의 그 기둥을 쳐다보았다.
내가 지어낸 그 이야기 속에서는 이 기둥 속에 여왕님 전용의 엘리베이터가 있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 속의 꿀벌의 성은 내가 상상했던대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먼저 한차례 둘러보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춤을 추던 꿀벌들이 모두 구석으로 물러나 있는 덕분에 붕 날아올라 큰 방의 입구로부터 밖으로 나갔다.
육각형의 큰 방을 둘러싸고 있는 복도를 걸어 보았다.
이 복도의 바깥 쪽에는 여섯 군데의 똑바로 위로 세워진 사다리가 걸려있었다. 일벌들은 이 사다리로 팔층짜리 이 성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다.
나도 그 중 하나의 사다리를 올라가 보았다.
이층의 복도도 한번 휙 돌아보았다. 아래층의 큰 방과 똑같은 육각형의 방을 둘러싼 복도이다.
그런데 여기는 큰 방이 아니라, 중심으로부터 여섯가지 방향으로 여섯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방에는 기호가 그려진 문이 달려 있었다.
U V W X Y Z
아참, 이렇게 이야길 시작하다가는 재미있는 꿀벌의 이야기는 언제나 시작되려나. 그러니까 여기서 한번 더 마음만 사람으로 되돌아와 내가 상상 속에서 만들었던 성의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설명해두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