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꿀벌 이야기」

가작

이즈미 다마키꼬(효고현) 작



  5 여왕벌의 방

 갑자기 주위가 환해졌다. 팔층의 창들은 특별히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폭이 넓은 복도에는 부드러운 잔디풀 융단이 깔려있다. 나는 중앙의 육각형의 여왕님의 방을 엿보고 싶어 양쪽으로 열리는 커다란 문 앞에 섰다.
 그 때였다.
 「당신은 누구시죠!」
 뒤의 꿀벌의 꾸짖음을 받고 가슴이 덜컹거렸다.
 그 소리에 눈 앞의 여왕방의 문이 조금 열리더니 두, 세마리의 꿀벌들이 얼굴을 마주대고 나를 보았다.
 뒤의 꿀벌이 다시 말했다.
 「당신의 이름은?」
 「Q입니다.」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해 버렸다. 아마도 꿀벌이 되니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듯 했다. 그랬더니 문 안의 벌들이 제각기 말했다.
 「Q?」
 「Q의 방은 삼 층인데.」
 「Q는 이런델 오면 안되잖니.」
 「우리들은 지금 여왕님의 결혼준비로 바쁘단 말이예요.」
 「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 일을 하도록 해.」
 나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꿀벌은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아니, 좋은 벌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 걸로도 벌써 안심하고 문을 닫았다. 뒤에 있었던 벌도 그것뿐 아무 말도 하지않고 여왕방에 들어가 버렸다.
 이들 일벌이 시중을 드는 A와 B들이다.
 나는 한번 더 팔층의 복도를 한바퀴 돌았다.
 창문 밖에는 아직도 눈부신 태양이 빛나고 있다. 성 앞의 초원에는 차례차례 일벌들이 날아 내리고 있다.
 자, 이제 여왕벌의 방을 엿보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 지 망설이고 있을때 돌연 방안이 시끄러워지더니 다시 문이 열렸다.
 깜짝 놀란 나는 순간적으로 잔디풀 융단 속으로 기어들었다.
 나오고, 또 나오고. 시중드는 꿀벌들이 떼지어 복도로 나와 말도 없이 사다리를 내려갔다. 그러고 보고있는 사이에 모두들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아마 복도의 주위에 있는 여섯개의 사다리에 나눠 타고 내렸을 것이다.
 「됐어. 이 사이에」
 나는 여왕방의 문에 가까이 다가서서 무거운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틈으로 보이는 넓은 방에는 복도와 똑같은 부드러운 잔디풀 융단이 깔려 있고 천정이 밝았다. 그것은 이 성의 꼭대기의 커다란 연꽃 모양의 장식을 통해 비춰지는 빛일 것이다. 그런데 여왕님의 방이라고는 하지만 의자도 테이블도 아무 것도 없는 맨 방으로 그저 가운데에 굵직한 유리기둥만이 서있을 뿐이다.
 잠시 상황을 보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이 방은 빈 방인 듯 했다.
 ???여왕님은 어디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쩍 안으로 들어가 육각형의 기둥에 가까이 갔다.
 유리기둥 안에는 내가 상상으로 만들었던대로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유리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때, 벽쪽의 융단의 잔디풀이 살며시 움직였다.
 여왕님은 접혀진 아름다운 날개를 위로 하고 풀 속에 파묻혀 자고 있었던 것이다. 주위에는 수행원의 벌들이 몇 마리, 풀에 파묻혀 가만히 있었다.
 당황한 나는 눈치채기 전에 도망가려고 뒷걸음을 쳤다. 그러나 뒤를 잘 확인하지도 않고 움직였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유리문이 커텐처럼 닫혀지고 엘리베이터는 소리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칠층, 육층, 오층을 통과.
 유리 기둥 너머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곳은 모두 일벌들의 방이겠지. ???
 음, 이 꿀벌의 성은 제법 잘 지어져 있군.
 하지만 나는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위의 수행원 벌들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대로 지하 이층의 육아방까지 내려가 여왕님 대신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어떻게 될까.
 곤경에 빠진 나는 넓은 엘리베이터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
 아, 큰 방을 통과, 꿀창고도 통과.
 엘리베이터는 드디어 육아방에 내려오고 말았다.
 유리문이 조용히 열렸다.
 빽빽히 늘어선 육아용의 벌집 위에서 일을 하던 꿀벌들이 일제히 돌아 보았다.
 나는 몸을 움츠려 재빨리 문 밖으로 날아 나갔다.
 「어머, 빈 엘리베이터만.」
 「무슨 일일까.」
 「여왕님은 아직 결혼 준비중이신데?」
 「어서 팔층에 알려야해.」
 꿀벌들이 말다툼을 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다.
 나는 죽 늘어선 벌집 사이에 좁은 통로를 찾아내 몰래 걷기 시작했다.
 ???아무튼 Q와 헤어졌던 장소로 돌아가자.
 나를 데리러 왔던 꿀벌 Q와 만나지 못하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를테니까.

 육아방의 꿀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나는 겨우 계단이 있는데까지 왔다.
 그러나 여기에도 꿀벌들이 많이 있어 위의 꿀창고와 육아방을 부지런히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얼굴을 들지 않도록 하면서 바쁜듯이 계단을 뛰어 올랐다.
 ♪팡 팡 팡
 통 통 통♪
 느닷없이 머리 위에서 그 음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큰 방에서는 다시 춤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랬더니 꿀창고에서 일하던 벌들이 계단으로 우루루 몰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가 꽉 들어찼다. 밀치며 위로 올라가려고 해도 아무도 꼼짝하지 않는다.
 이런 데서 무심코 우물거리다가 내가 외부인이란 걸 눈치 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얼마동안은 그렇게 잠자코 있기로 했다.





  6 첫 키스

 음악이 멈췄다.
 그제서야 주위의 꿀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이때다!
 나는 성급히 만원으로 가득 찬 계단을 뛰어올랐다. 그 사이에 벌들은 큰 방에서부터 꿀창고까지 세줄로 나란히 늘어섰다.
 나는 조명을 방금 어둡게 한 큰 방에 나왔다.
 그러자마자 춤벌들이 계단을 향하여 몰려들었다. 나는 몸을 벽쪽에 기대어 섰다. 그랬더니 한마리의 춤벌이 내 입에 자기의 입을 쭉 맞추기 시작했다.
 ───우와!
 나는 키스를 하기란 처음이다.
 어느새 입 속에 달콤한 것이 흘러 들어왔다. 상대방 벌은 꽃에서 따온 꿀을 내 입에 옮기더니 몸을 다른 쪽으로 돌려 가버리고 말았다.
 몰려왔던 다른 춤벌들도 모두 계단의 벌들에게 키스를 하더니 떨어져 갔다. 키스를 당한 벌은 다음 벌에게 그리고 또 다음 벌은 다음 벌에게.
 키스 릴레이였다. 이렇게 꿀창고까지 꿀을 나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입 안의 단 꿀을 삼키고 말았다. 맛있었다. 왜냐하면 집의 뜰을 날아온 후로 아직 아무 것도 먹질 않았으니까.
 내가 한 입의 꿀로 만족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다른 벌의 더듬이가 내 더듬이를 두들겼다.
 「어딜 갔다 왔니!」
그것은 Q의 목소리였다.
 「어서 이 쪽으로…」
 Q는 인파 속을, 아니, 벌떼속을 헤치며 나를 넓은 방 밖으로 끌어 냈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안된다구. 여기서는 내가 하라는대로 해.」
 Q는 풀풀 화를 냈다.
 「아직 해가 높아. 나는 한번 더 일하러 갈테야.」
  「나도 같이 데려가 줘.」
 「아직은 안돼」
 「어째서」
 「성 안의 일을 대강 익히지 않으면 바깥에는 나갈 수 없어.」
 Q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내쫓듯이 복도로 나간다. 그리고 사다리 하나에 나를 몰아올리며 뒤따라 자기도 올라온다.
 「자, 삼층의 Q방에 가는거야.」
 「성에 오자마자 어째서 그렇게 잘난체 말하는거야?」
 나는 뾰루퉁해져 삼층의 복도를 걸었다.
 내가 먼저 Q방의 문 앞에 멈춰 섰다.
 「자, 들어 가.」
 Q는 문을 몸으로 밀어열었다.
 Q방은 삼각형으로 안쪽 막힌 데가 유리기둥의 육각형의 한 면으로 그 안을 여왕님의 엘리베이터가 통하고 있다. 이 방의 희미한 조명은 거기로부터 나오는 빛뿐이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속의 이곳 저곳에도 무수한 꿀벌들이 있어 모두들 바쁜 듯이 자신의 몸뚱아리를 비비고 있었다.
 「저건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일벌이야. 몸에 아직 붙어있는 껍질을 비벼 떼어내고 있는거란다.」
 Q는 그렇게 말하고 방 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내일부터 해야할 일은 벽에 씌여진 꿀벌문자를 읽으면 알게 될거야. 자, 쟤들 사이에 끼어서 몸을 비비는 흉내를 내라구.」
 「뭐, 흉내?」
 나는 다시 뾰루퉁해졌다. 그러나 Q는 가버렸다.

 「이리로 올래?」
 한마리의 벌이 자리를 비우며 나를 불렀다.
 ───싫어. 몸을 비벼대는 흉내라니.
 나에게는 아직 인간의 자존심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떡할까 머뭇머뭇하고 있었더니, 「어머, 넌 벌써 깨끗이 문질렀구나.」
 상대방 벌은 의심도 하지않고 납득해 버렸다.
 조금 진정이 되자 나는 벽의 꿀벌문자를 읽었다. 그것을 인간문자로 쓰면 이렇다.

  내근 벌의 일
 일일째∼이일째  성 안의 청소
 삼일째∼오일째  큰 유충 돌보기
 육일째∼십오일째 작은 유충 돌보기
비행연습
 십일째∼이십일째 꿀이나 화분의 저장
벌집방 만들기 문지기

 무려 이십일간이나 이 성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니.
 나는 우울해졌다.
 방금 태어난 꿀벌들은 몸의 껍질을 다 비벼내더니 열심히 Q방의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비나 청소기를 쓰는 것도 아니다. 뭐든지 입으로 그러니까 먹어치우는듯 했다.
 나는 다시금 우울해졌다.
 그러나 일벌이란 주위가 바쁘게 움직일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도 꿀벌말을 알게되고 꿀벌문자를 읽을 수 있으니까 역시 나는 꿀벌이다. 괴로웠지만 방에 있는 쓰레기를 한쪽에서부터 집어먹기 시작했다.
 날이 저물자 꿀벌들이 차례로 방으로 돌아왔다.
 백마리, 또 백마리…
 마침내 삼백마리 정도의 꿀벌들이 방의 안쪽에서부터 순서대로 늘어 앉기 시작했다.
 나는 어디에 있는게 좋을지 망설이며 문의 그늘에 서있었다.
 「얘들이 Q들이야.」
 나를 불러냈던 Q가 옆에 와서 속삭였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똑같은 Q의 동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니, 처음에 알게된 Q는〈Q의 1〉이라고 붙일 수 밖에 없겠고, 그 다음에 사귀는 친구들은〈Q의 2〉, 그 다음엔〈Q의 3〉.
 그렇지만 여왕님이나 숫벌 외에도 알파벳의 26문자와 같은 수의 방이 있고 거기에 삼백마리씩이나 일벌이 있다고 하면,
 「우와, 엄청난 숫자」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인데?」
 Q의 1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응, 이 성에 있는 꿀벌의 숫자를 세고 있었어.」
 「그러니」
 Q의 1이 쓸쓸히 말하며
 「언제나라면 더 있었을텐데, 지금은 아주 적어졌어.」
 라고 덧붙였다.
 「왜 그런데」
 「새로운 여왕님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거든.」
 「………?」
 「새로운 여왕님이 태어나셨으니까 나이 드신 여왕님은 일벌을 많이 데리고 성을 나가버리시고 말았어.」
 ───아, 분봉이라는거로구나.
 나는 인간이었을 적에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는 꿀벌의 분봉의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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