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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첫 키스
음악이 멈췄다.
그제서야 주위의 꿀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이때다!
나는 성급히 만원으로 가득 찬 계단을 뛰어올랐다. 그 사이에 벌들은 큰 방에서부터 꿀창고까지 세줄로 나란히 늘어섰다.
나는 조명을 방금 어둡게 한 큰 방에 나왔다.
그러자마자 춤벌들이 계단을 향하여 몰려들었다. 나는 몸을 벽쪽에 기대어 섰다. 그랬더니 한마리의 춤벌이 내 입에 자기의 입을 쭉 맞추기 시작했다.
───우와!
나는 키스를 하기란 처음이다.
어느새 입 속에 달콤한 것이 흘러 들어왔다. 상대방 벌은 꽃에서 따온 꿀을 내 입에 옮기더니 몸을 다른 쪽으로 돌려 가버리고 말았다.
몰려왔던 다른 춤벌들도 모두 계단의 벌들에게 키스를 하더니 떨어져 갔다. 키스를 당한 벌은 다음 벌에게 그리고 또 다음 벌은 다음 벌에게.
키스 릴레이였다. 이렇게 꿀창고까지 꿀을 나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입 안의 단 꿀을 삼키고 말았다. 맛있었다. 왜냐하면 집의 뜰을 날아온 후로 아직 아무 것도 먹질 않았으니까.
내가 한 입의 꿀로 만족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다른 벌의 더듬이가 내 더듬이를 두들겼다.
「어딜 갔다 왔니!」
그것은 Q의 목소리였다.
「어서 이 쪽으로…」
Q는 인파 속을, 아니, 벌떼속을 헤치며 나를 넓은 방 밖으로 끌어 냈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안된다구. 여기서는 내가 하라는대로 해.」
Q는 풀풀 화를 냈다.
「아직 해가 높아. 나는 한번 더 일하러 갈테야.」
「나도 같이 데려가 줘.」
「아직은 안돼」
「어째서」
「성 안의 일을 대강 익히지 않으면 바깥에는 나갈 수 없어.」
Q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내쫓듯이 복도로 나간다. 그리고 사다리 하나에 나를 몰아올리며 뒤따라 자기도 올라온다.
「자, 삼층의 Q방에 가는거야.」
「성에 오자마자 어째서 그렇게 잘난체 말하는거야?」
나는 뾰루퉁해져 삼층의 복도를 걸었다.
내가 먼저 Q방의 문 앞에 멈춰 섰다.
「자, 들어 가.」
Q는 문을 몸으로 밀어열었다.
Q방은 삼각형으로 안쪽 막힌 데가 유리기둥의 육각형의 한 면으로 그 안을 여왕님의 엘리베이터가 통하고 있다. 이 방의 희미한 조명은 거기로부터 나오는 빛뿐이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속의 이곳 저곳에도 무수한 꿀벌들이 있어 모두들 바쁜 듯이 자신의 몸뚱아리를 비비고 있었다.
「저건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일벌이야. 몸에 아직 붙어있는 껍질을 비벼 떼어내고 있는거란다.」
Q는 그렇게 말하고 방 안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내일부터 해야할 일은 벽에 씌여진 꿀벌문자를 읽으면 알게 될거야. 자, 쟤들 사이에 끼어서 몸을 비비는 흉내를 내라구.」
「뭐, 흉내?」
나는 다시 뾰루퉁해졌다. 그러나 Q는 가버렸다.
「이리로 올래?」
한마리의 벌이 자리를 비우며 나를 불렀다.
───싫어. 몸을 비벼대는 흉내라니.
나에게는 아직 인간의 자존심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떡할까 머뭇머뭇하고 있었더니, 「어머, 넌 벌써 깨끗이 문질렀구나.」
상대방 벌은 의심도 하지않고 납득해 버렸다.
조금 진정이 되자 나는 벽의 꿀벌문자를 읽었다. 그것을 인간문자로 쓰면 이렇다.
내근 벌의 일
일일째∼이일째 성 안의 청소
삼일째∼오일째 큰 유충 돌보기
육일째∼십오일째 작은 유충 돌보기
비행연습
십일째∼이십일째 꿀이나 화분의 저장
벌집방 만들기 문지기
무려 이십일간이나 이 성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니.
나는 우울해졌다.
방금 태어난 꿀벌들은 몸의 껍질을 다 비벼내더니 열심히 Q방의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비나 청소기를 쓰는 것도 아니다. 뭐든지 입으로 그러니까 먹어치우는듯 했다.
나는 다시금 우울해졌다.
그러나 일벌이란 주위가 바쁘게 움직일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도 꿀벌말을 알게되고 꿀벌문자를 읽을 수 있으니까 역시 나는 꿀벌이다. 괴로웠지만 방에 있는 쓰레기를 한쪽에서부터 집어먹기 시작했다.
날이 저물자 꿀벌들이 차례로 방으로 돌아왔다.
백마리, 또 백마리…
마침내 삼백마리 정도의 꿀벌들이 방의 안쪽에서부터 순서대로 늘어 앉기 시작했다.
나는 어디에 있는게 좋을지 망설이며 문의 그늘에 서있었다.
「얘들이 Q들이야.」
나를 불러냈던 Q가 옆에 와서 속삭였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똑같은 Q의 동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니, 처음에 알게된 Q는〈Q의 1〉이라고 붙일 수 밖에 없겠고, 그 다음에 사귀는 친구들은〈Q의 2〉, 그 다음엔〈Q의 3〉.
그렇지만 여왕님이나 숫벌 외에도 알파벳의 26문자와 같은 수의 방이 있고 거기에 삼백마리씩이나 일벌이 있다고 하면,
「우와, 엄청난 숫자」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인데?」
Q의 1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응, 이 성에 있는 꿀벌의 숫자를 세고 있었어.」
「그러니」
Q의 1이 쓸쓸히 말하며
「언제나라면 더 있었을텐데, 지금은 아주 적어졌어.」
라고 덧붙였다.
「왜 그런데」
「새로운 여왕님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거든.」
「………?」
「새로운 여왕님이 태어나셨으니까 나이 드신 여왕님은 일벌을 많이 데리고 성을 나가버리시고 말았어.」
───아, 분봉이라는거로구나.
나는 인간이었을 적에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는 꿀벌의 분봉의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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