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프렌드」
가작  
하루키 가오리(오카야마현) 작
(春木 香里)




 「…이런 이유란다. 얼마동안 먼지가 없는 곳으로 전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다면 미야마가 제일 좋잖아?」
 어머니의 강제적인 친정집에의 전화소리가 되살아난다. 그리고 구라코는 미야마라는 작은 마을로 도망친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의사인 어머니에 의하면 전지요양이라는 것이다. 불과 1년정도이었지만 구라코는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근본, 사는 희망과 용기, 그리고 첫사랑의 쓰라린 마음까지도 미야마의 대자연속에서 배웠다. 그로부터 15년. 구라코는 내일부터 이 미야마 진료소 의사로서 근무한다. 미야마의 별하늘, 맑은 강, 웅대한 칠엽수, 독특한 칠엽수꿀, 전부 남아있을까, 후미야군의 마음에 그 시절의 미야마, 그날의 약속은 남아 있을까… 구라코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추억을 음미하는 것처럼 가만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 부탁인거야. 구라코에게는 미야마가 맞는다고 믿고있어. 미야마에서 느긋이 쉬면 반드시 나을꺼야」
 「엄마 무슨말이야? 몸전체가 꺼칠꺼칠하고 피가 배어있는데. 목구멍속에서는 휴 휴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 어떤 쓴약도 참고 먹었는데.  엄마는 의사지만 조금도 고치지 못했잖아. 어디를 가도 나을 수 없을꺼야」
 단번에 소리를 질렀더니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흡입기의 증기 저쪽에 어머니의 우는 얼굴이 어슴푸레했다. 누구나 나하고 손을 잡지 않는다, 모두 내가 콩 콩 기침하면 입을 막거나 숨을 멈추기도 한다. 함께 놀아주는 친구는 한명도 없었다. 구구단까지 가려워서 기억할 수 없다.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말은 꾹 참았다. 그 무렵 어머니는 매일밤 나의 천식 발작이나 아토피 때문에 거의 자지 못했다. 가끔 학교에 가도 금방 열이 나서 할 수 없이 어머니가 데리러 왔다. 아마 나보다 더 침울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식사제한도 있었지만 아주 말라서 별명이 가라코. 닭다리 같았다. 본명 구라코, 그래서 거의 다르지 않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어느것이나 상관없다. 정말로 하루가 길고 괴로웠다. 나는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러나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전신을 쥐어뜯을 정도로 가려워져 참을 수 없게 된다. 이제 나는 뭐라도 좋은 상태이었다. 아무런 기대도 없고, 무거운 머리로 몇년만에 어머니 고향, 미야마로 향한 것이다.
 미야마 할머니는 아주 반갑게 나의 이사를 기뻐했다.
 「잘왔구나, 기다리고 있었단다. 오랫만에, 이렇게 컸구나」
 검붉고 거칠거칠한 목과 팔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지 나를 힘껏 껴안아 주었다. 자기자신도 기분 나쁜데 그 피부를 어루만져 주었다. 힘들었지 하고 몇번이나 중얼거렸다.
 미야마의 집은 저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산 중턱에 있으며 문을 지나면 정원이 있다. 집 옆에는 맑은 시내물이 흐르고 있고 그 속에 있는 물고기가 때때로 반짝 빛나고 있다. 정원 구석에는 감이 무거운 듯이 매달려 있다. 큰 뒷뜰에는 칠엽수가 저택 전체를 싸고있는 공작 날개처럼 버티고 서있다. 집안은 휑뎅그렁하고 설렁하니 습기차 있다. 옛날 소집을 개조한 별채도 있다. 그 뒤에는 창고가 있다. 야구장처럼 넓게 보였다.
 「어느방을 써도 좋다. 언제까지 있어도 좋고 자고싶은 만큼 자고, 가고싶을 때가 되면 분교에 가면 되고, 전부 구라코가 좋을대로 하면 되니까」
 할머니는 섬세하게 나의 시중을 들어주었다. 너무나도 기쁘다는듯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촌장인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마을일로 공회당에 가거나 정원수를 손질했다. 구라코에게 맞으리라 생각해서, 말하면서 이것저것 사들이고 있었다. 핑크이불과 같은 쿠션과 커튼은 일본식 방에는 너무나도 맞지 않았다. 절대로 천식에는 안 좋을 것 같은 인형도 가뜩 준비되어 있었다. 지루하지 않게 방 전체에 가득 내가 읽을 만한 책도 준비되어 있었다. 전부 할아버지가 준비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존재를 이렇게 기쁘게 생각해 준다고 느끼지 못한 나는 귀여워해 줄때마다 안절부절했다.






 미야마에 빠른 겨울이 찾아왔다.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눈이 매일같이 쌓여 있었다. 여기와서 나는 벌써 3킬로그램이나 살이 쪘다. 할머니의 밥은 지금까지 먹어본적이 없는 것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칠엽수떡이라는 나무열매를 불에 끓여 떫은 맛을 빼내고 가루로 해서 만든 간식을 나는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할머니와 함께 동글게 만들어 밭에서 나온 팥으로 팥고물을 만들어 발라서 먹었다. 저 딱딱한 열매가 떡같은 감촉의 간식이 된다. 어떤 케이크보다도 맛있었다. 그 외에도 몸에 좋다고 들으면 두사람은 이것 저것 도전해 주었다. 약대신이다, 하면서 할머니는 무슨잎으로 차를 만들었다. 목욕탕에는 할아버지가 발명한 약용쑥을 넣었다.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왕진겸 나를 만나러 온 어머니는 나를 들여다 보고 절규머신을 탄 것처럼 야단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확실히 내 몸에서 그 엄청난 가려움이 없어졌다. 천식의 발작도 아직 한번도 없다. 요코하마에서는 항상 미열이 있었고, 하루종일 몸이 나근했다. 미야마에서는 닭소리에 눈이 떠진다. 우물 물로 얼굴을 씻으면 산뜻해진다. 현관에 쌓인 눈치우는 것을 조금 거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분교에는 아직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5학년은 전부 8명이라고 한다. 또 싫어하면 하고 생각하면 가슴 속이 답답해진다. 아이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할까, 말이 서투른 나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때때로 할머니를 도와주고 산기슭에서 흘러 내려오는 강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느틈엔가 밤이 되어버린다. 손을 뻗으면 달 것 같은 선명한 별하늘이 칠엽수 바로 옆까지 내려와 있었다.

 눈이 녹은 물로 시내물의 물이 갑자기 늘었다. 그 강의 수면에 햇빛을 느낀 점심무렵 남자아이를 태운 작은 트럭이 울퉁불퉁한 외딴길을 올라와 이쪽으로 왔다. 이곳보다 깊숙히는 집이 없다.
 가슴이 뛰었다. 당황해서 방으로 도망가 커튼을 닫았다. 2층 창문으로, 내려온 남자아이를 들키지 않게 살짝 보았다.
 (멋있는데, 누굴까…)
 그 아이의 아버지같은 사람이 익숙한 솜씨로 트럭에서 짐을 내려 별채로 운반해 간다. 즐거운듯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거들기 시작했다. 남자아이는 어디지? 이제 창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가 빨리 나를 불러줄 것을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렸지만 전혀 부르지 않아서 살금살금 밑으로 내려갔다.
 뒷뜰에 멈춘 작은 트럭에는 많은 나무상자가 쌓여 있었다. 기분 나쁜 소리와 반대로 달콤한 향내가 났다. 무엇일까, 가까이 가보고 싶은듯한 두려운듯한, 역시 별채를 엿볼까, 되돌아 선 그곳에 나를 들여다 보는듯이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너, 누구야?」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안채로 뛰어 들어갔다. 너는 누구야, 마음속으로는 말 할 수 있는데,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그날밤, 할머니가 말하기 어려운듯이 설명해 주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에 찾아온단다. 6월정도까지 일까, 우리집에서 머물 곳을 준비해 준단다」
 「양봉가란다. 처음으로 듣는가? 뒤 칠엽수에서 칠엽수꿀을 모은단다. 전국에서 이렇게 좋은 꿀을 채집할 수 있는 장소는 없다고 한단다. 우리나무는 수령 몇백년이니까」
 약간 자랑스러운듯한 할아버지.
 「칠엽수꿀이라니? 칠엽수 나무의 꿀?」
 「응, 그건 맛이 좋단다! 구라코도 마음에 뜰꺼다. 나도 꿀을 채집할 때는 거들고, 답례로 받아서 즐기고 있단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야, 나는 미야마의 마을향상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전국에 칠엽수꿀을 알리고 싶단다」
 「그렇지만 구라코가 싫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가도록 해도 좋단다, 할아버지, 그렇지요?」
 「그럼, 좋단다. 그래도 구라코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도 있어서 함께 분교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싫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꽤 좋은 아이고, 그리고 또..」
 마지막에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두사람 다 양봉가의 방문을 매년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 칠엽수꿀을 매우 좋아하고 있다는 것, 나에게 마음쓰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남자아이는 2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부터 부자 둘이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벌꿀을 모으면서 전국을 북쪽으로 이동한다고 하는, 처음으로 듣는 직업이었다. 남자아이에 대해서도 매우 알고 싶었지만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함께 분교에 안갈꺼야. 그러나 그 사람들이 있는 것은 상관없어요. 관계없으니까. 그리고 칠엽수꿀에도 흥미있고」
 「그래, 좋다고. 학교는 아직, 급할 것 없으니까」
 둘은 서로 얼굴을 보면서 안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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